감독 ㅣ 김형석
배우 ㅣ 엄태웅(병훈), 이민정(희중), 최 다니엘(상용), 박신혜(민영), 박철민(철빈)...
(스포있음)
그냥 정말 심심하고 할일이 없어서 보러간 영화..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한바탕 극장에서 웃고 나왔다.
그저 평범하고 진부한 로민틱 코미디 영화라고 여기고 갔었는데 처음부터 독특하고 우스꽝 스러운 전개와 류현경과 송새벽의 어색한 연기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계획적인 연애 장면에서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웃음의 요소를 놓치지 않고 신경썼음에 어느정도 감탄사도 나왔었다.
병훈과 상용..
이 두남자는 희중을 사이에 두고 삼각 관계를 이룬다.
한사람은 과거의 남자, 한사람은 미래 진행형 남자..
거기에 의도하지 않게 미래 진행형 남자인 상용은 과거의 남자 병훈의 극본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고 만다.
그리고 희중을 현재에도 사랑하고 그녀에게 죄책감까지 가지고 있던 병훈은 과거의 끈을 놓치 못하고 계속해서 그녀의 주변을 서성거린다.
이 둘의 관계는 어느 영화나 책에서 있을 법한 구조이며 굉장히 친근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약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상용의 말대로 사람들은 시라노에게 동정을 느낄지는 몰라도 그의 말처럼 크리스티앙도 록산느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맞다.
정말 크리스티앙은 그 극에서 피해자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달콤했던 사랑의 말들이 자신이 아닌 시라노의 말이었음을 록산느가 알기 때문에.. 거기에 그는 록산느에게로 시라노를 보내고 죽어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크리스티앙은 행복해진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티앙은 죽지도 않고 시라노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만의 마음마저 희중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병훈이 너무 불쌍했다.
과거에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을 떠안고 살아오고 희중을 정말 사랑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자신보다 더 좋은 남자를 보내주려 한게 안타까웠다.
희중도 이상한게 아무리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고 과거의 시간에서 벗어난 현재에서 조차도 조개를 먹지 못할 만큼 병훈을 사랑하고 있는데 어찌하여 금새 마음이 돌아 상용에게 갈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약간의 디테일한 개연성이 부족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나는 오매불망 병훈만을 알게 모르게 옆에서 지켜봐온 민영이란 캐릭터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희중의 앞에 무릎을 꿇었을때 연기인척 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결말이 썩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점점 퇴행해 가고있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에 조그마한 불씨를 이뤄낸 영화라고 치부해도 괜찮을지도 모르는 영화인 듯 한다.
가볍게 머리를 비우고 웃으면서 보기 딱 좋았던 영화였다.
뭐..여튼.. 내가 내린 결론은.. 최 다니엘은 정말 안경 이식수술을 받아야하나.. 였다..